얼마 전 저희가 취재했던 한 취재원으로부터 이런 평가를 전해 들었습니다. 인터뷰가 나갔는데도 인지도가 오르지 않았다, 브랜드 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쓸모없는 매체의 사례라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인정할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그 목적에 한해서는 정확한 평가입니다.
저희가 제작한 기사는 누군가의 브랜드 가치를 즉시 끌어올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런 결과를 기대하고 인터뷰에 응하셨다면 실망하셨을 것이고, 그 실망은 저희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충분히 알려 드리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기사는 누구의 것인가
수완뉴스 윤리강령 제3조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3조 [청렴 의무] 취재원으로부터 향응이나 물품을 일체 받지 아니한다.
2015년 5월에 제정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조문입니다. 취재원에게서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취재원에게 아무것도 갚을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기사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취재에 응해 주신 분의 기대가 아니라 독자에게 필요한 사실입니다. 인터뷰가 성사됐다는 이유로 우호적으로 쓰지 않고, 껄끄러운 대목이 있다고 빼지 않습니다. 취재원이 원한 문장을 넣어 드릴 수 없는 대신, 취재원이 원치 않는 문장을 누가 돈을 주고 지워 달라 해도 지우지 않습니다. 같은 원칙의 양면입니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는 그래서 저희에게 비판이 아니라 설계대로 작동했다는 확인에 가깝습니다. 기사가 특정인의 인지도를 올려 주는 도구로 작동했다면, 그때야말로 저희가 실패한 것입니다.
홍보가 필요하시면, 가실 곳이 따로 있습니다
오해가 없도록 분명히 하겠습니다. 저희는 브랜드 홍보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정당한 활동이고, 저희에게도 그 수요를 받는 별도의 지면이 있습니다.
수완뉴스 광고 센터에서는 디스플레이 배너와 모바일 위젯 광고를 운영합니다. 규격과 단가가 공개되어 있고, 원하시는 메시지를 원하시는 형태로 실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지면에는 광고라고 표시된다는 점입니다. 독자가 이것이 돈을 받고 실린 메시지임을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지면과 광고 지면을 섞지 않는 것, 그것이 두 지면 모두를 성립하게 하는 조건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인지도를 사고 싶으시다면 광고 지면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기사 지면에서 무상으로 얻으실 수는 없습니다. 두 요구를 같은 창구에서 처리해 드리는 매체가 있다면, 그 매체의 기사는 이미 기사가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먹고사는가
여기서 당연한 의문이 따라옵니다. 취재원에게 아무것도 받지 않고 기사를 팔지도 않는다면, 이 매체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이것은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고, 답을 기사 바깥에서 찾았습니다.
출판
단행본과 전자책을 직접 기획하고 발행합니다. 현재 논픽션 다섯 권과 시집 한 권을 냈고, 고대사 시리즈는 세트로도 묶여 있습니다. 취재하며 쌓인 자료와 관점을 기사보다 긴 호흡의 책으로 옮기는 일이라, 편집국의 역량이 그대로 사업이 되는 구조입니다.
교육
청소년·대학생 기자단을 운영하며 미디어 교육 과정을 제공합니다. 글쓰기 기초 이론부터 현장 취재, 성과 발표까지 15주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고, 기사 멘토링과 첨삭 과정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기자단 기본 활동에는 가입비와 활동비를 받지 않습니다. 수십만 원의 가입비를 먼저 받는 방식을 택하지 않은 것은, 배우러 온 사람에게 청구서를 내미는 순간 교육이 상품 판매로 변질되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제작
기관과 기업의 의뢰를 받아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취재·촬영·편집·발행까지 매체를 운영하며 갖춘 역량을 외부 프로젝트에 제공하는 일입니다.
구독과 후원
정기구독과 기사 후원을 운영합니다. 후원 회원에게는 광고 없는 읽기 환경을 제공합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독자가 직접 지불하는 돈이라는 점에서 저희에게 가장 의미 있는 수입입니다.
왜 굳이 이렇게 하는가
기사를 파는 편이 훨씬 쉽습니다. 책을 만들고 학생을 가르치고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일은 느리고 품이 많이 듭니다.
그럼에도 이 구조를 택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취재원에게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매체의 수입이 취재 대상에게서 나오는 순간, 기자는 취재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영업하러 가게 됩니다. 무엇을 쓸지 정하는 사람이 돈을 내는 사람이 되고, 독자는 그것을 기사라고 믿고 읽습니다. 그 구조를 피하려면 기사와 무관한 곳에 수입원을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출판과 교육과 제작은 그래서 부업이 아니라, 저널리즘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입니다.
11년 동안 해 온 일
수완뉴스는 2015년 3월 첫 기사를 냈고, 같은 해 6월 25일 정기간행물로 등록했습니다. 등록번호 서울 아54292, ISSN 2672-0647.
그 뒤 3,500건이 넘는 기사가 발행됐습니다. 80명이 넘는 기자가 이름을 걸었고, 누적 조회수는 150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그중 어느 한 건도 취재원에게 대가를 받고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저희 매체의 쓸모는 이렇게 정리하는 편이 정확하겠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즉시 올려 드리는 데에는 쓸모가 없습니다. 그 일을 하지 않기로 하고 11년을 버텼기 때문입니다.
그 쓸모를 찾으시는 분께는 광고 센터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정당한 절차이고, 저희도 그 수입으로 기자들의 취재비를 댑니다. 다만 기사 지면에서는, 앞으로도 같은 답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덧붙여
취재에 응해 주신 모든 분께 이 점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문을 두드린 것은 그분들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 홍보를 대행해 드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판단이 실망을 드렸다면 안내가 부족했던 것이고, 앞으로는 취재를 요청드릴 때 이 원칙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서로 기대하는 바가 다른 채로 만나는 것이, 결국 양쪽 모두에게 손해이기 때문입니다.